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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때를 기다리다가는 평생 못 떠날 것 같았다.

by zabara98 2026. 5. 13.

사실 이번 대만 여행은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이 아니다.

 

외국에 있는 친구가 비자 때문에 잠깐 다른 나라를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하루 정도 해외에 나갔다 오는 일정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별생각 없이 툭 말했다.

 

"그럼 나도 갈까? 같이 3박 4일 정도 여행하면 재밌겠다."

 

정말 가벼운 말이었다.

그냥 순간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그 말을 너무 반가워했다.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같이 가자며 들뜬 반응을 보였다.

 

사실 안 갈 수도 있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남편에게는 뭐라고 하지?

지금 여행 갈 상황이 맞나?

돈은 괜찮을까?

 

생각하기 시작하면 못 가는 이유는 끝도 없이 나왔다.

 

나는 원래 걱정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도 늘 현실적인 계산부터 한다.

 

그래서 그동안도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늘 미뤘다.

 

'다음에'

'조금 더 안정되면'

'상황 좋아지면'

 

하지만 살다 보니 그런 완벽한 타이밍은 생각보다 잘 오지 않았다.

 

늘 못 가는 이유는 많았다.

사실 내가 이번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데에는 오래전 기억 하나도 영향을 줬다.

 

몇 년 전 미국에 사는 작은 오빠가 친정가족들에게 놀러 오라고 했다. 그리고 내 비행기 티켓값은 지원해 주겠다고까지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쉽지 않은 제안이었다. 부모님 비행기 티켓값도 이미 지출이 컸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결국 가지 못했다.

 

아이들 비행기값은 내가 내야 했었는데 그걸 생각하니 부담이 너무 컸고, 현실적인 계산을 하기 시작하자 마음이 점점 작아졌다.

결국 자존심때문에 돈 이야기는 쏙 빼고 그냥 바빠서 못 간다고 핑계를 댔다.

 

'다음에 더 여유있을 때 가면 되지'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는 그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았다.

 

누군가 선뜻 손을 내밀어주는 순간도,

마음이 움직이는 타이밍도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

 

그 기억이 내 안에 오래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또 이렇게 보내버리면 나중에 후회히자 않을까.'

 

게다가 이번에는 친구와 숙소도 같이 쓰고 음식도 같이 먹으니 경비도 줄일 수 있었다. 

친구가 비행기값도 어느 정도 도와주겠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는 별거 아닌 여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꽤 큰 결심이다.

 

엄마라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는 일, 

불안보다 설렘을 선택해보는 일,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보는 일.

 

어쩌면 이번 여행은 단순히 대만에 가는 게 아니라 멈춰 있던 내 마음을 조금 움직여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일이 없어도 쉬면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지금 내 상황이 그렇게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새로 시작한 일은 아직 눈에 띄는 진전이 없다. 뭔가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다.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언제쯤 결과가 나올지, 이 방향이 맞는 건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 한쪽은 늘 조급하다.

 

신기한 건 사람 마음이 꼭 바쁠 때믄 불안한 게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일이 없을 때 더 초조해질 때도 있다.

 

지금은 시간적으로 보면 여행 가기에 좋은 상황이다. 당장 큰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이 들어와 있는 상태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여행을 가도 되나?'

 

3박 4일 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괜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설령 실제로 하는 일이 없더라도 사무실에 출근 도장이라도 찍고 앉아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

 

가만히 쉬고 있으면 뒤처지는 사람 같고, 불안한 상황에서 웃거나 즐거워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

 

특히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결과가 아직 보이지 않을 때의 막막함을.

 

남들은 다 앞으로 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을.

 

그래서 이번 여행을 고민하면서도 마음이 계속 흔들렸다.

 

'지금은 놀 때가 아니지 않나.'

'뭐라도 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불안하다고 해서 하루 종일 불안만 느끼고 앉아 있는다고 인생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아닐 텐데...

 

오히려 지금의 나는 잠깐이라도 숨을 돌리고, 조금 멀리서 내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결과가 없다고 해서 내 삶 전체가 멈춘 건 아닐 텐데 나는 자꾸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는 떠나보기로 했다.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집에 있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그리고 남편에 대한 불안이 지금 내 마음속에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설렌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함께 낯선 곳을 걷고, 맛있음 음식을 먹고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하며 웃을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여행의 공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밀려온다.

 

아이들은 잘 지낼까.

엄마가 며칠 집을 비워도 괜찮을까.

괜히 나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닐까.

 

이런 마음이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꾸 이번 여행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괜히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번 여행을 다녀오면 조금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될 거라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지금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생각의 폭도 조금은 커질 거라고.

 

어쩌면 그런 말들은 내가 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위안일지고 모른다.

 

'그냥 즐겁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라 나에게도 필요한 시간이야.'

 

그렇게라도 말해야 조금 더 ㄹ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엄마라는 자리는 참 이상하다.

 

잠깐 나를 위해 시간을 쓰려고 해도 어딘가 이유가 필요해진다.

 

배우기 위해서, 성장하기 위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런 명분이 있어야만 비로소 나 자신에게 허락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냥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조금 지친 마음으로 낯선 공기를 마시고 싶고, 잠시라도 익숙한 역할들에서 벗어나 가벼운 사람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

 

나는 늘 무언가를 떠나기 전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걱정했다.

 

내가 없으면 큰일 날 것처럼 불안해했다.

 

그런데 막상 다녀와 보면 결국 모든 것은 잘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들도 잘 지내고, 남편도 어떻게든 해내고, 세상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어그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는 추억만이 남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번 믿어보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어도,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가끔은 나 자신을 위해 떠나봐도 괜찮다고.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계획이나 걱정이 아니라 잠깐의 숨과 작은 설렘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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